1. 1995년, 문제의 시작
1995년, 윈도우 95와 함께 인터넷이 집집마다 들어왔다. PC를 다룰 줄 아는 사람과 못 다루는 사람 사이에 처음으로 눈에 보이는 격차가 생겼다. 그리고 그 격차는 단순히 '컴퓨터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방 안으로 숨어버리는 청소년('은둔형 외톨이'라는 말이 이때 처음 생겼다)과, 자식·손주와의 대화 창구를 잃어버린 어른들이 동시에 나타났다.
당시에도 이게 심각한 사회 문제라는 인식 자체는 있었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없었다는 점이다. '은둔형 외톨이'라는 용어는 정립했지만, 구체적인 도움이나 지원 설계는 한참 뒤에야 따라왔다. 그 결과, 이 문제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는 사실이 최근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나기 시작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KIHASA] 김성아·백원우의 2026년 추계가 대표적이다 [4]). 즉 30년 동안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대응은 미흡했고, 그 대가가 지금에서야 사회적 비용이라는 청구서로 날아오고 있는 셈이다.
30여년이 지난 2026년 현재, 그때 방치됐던 문제가 훨씬 크고 날카로운 형태로 되돌아왔다. 이번엔 PC가 아니라 생성형 AI다. 그리고 격차의 성격이 훨씬 더 무서워졌다. 1995년의 격차가 '정보를 얼마나 빨리 찾느냐'의 문제였다면, 지금의 격차는 '얼마나 똑똑하게 생각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느냐'의 문제다. 후자가 훨씬 더 개인의 자기효능감(Self-Efficacy) 및 인지적 정체성과 직결된다.
편의상 이 글에서는 두 시기를 디바이드(divide, 격차)라는 하나의 큰 흐름에 놓고, 그 흐름의 1세대를 디지털 디바이드 1.0이라고 한다면, 생성형 AI 시대는 AI 디바이드 2.0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뒤에 붙는 숫자(1.0 / 2.0)는 '격차가 반복되는 세대'를 뜻하고, 앞에 붙는 단어(디지털 / AI)는 그 세대의 격차를 일으킨 기술이 무엇이었는지를 가리킨다.
이 글은 30년동안 답을 찾기 어려웠던 문제가 왜 이번엔 더 빠르고 깊게 증폭되었는지 실제 데이터로 살펴보고, 이 격차를 방치했을 때 치르는 비용을 추정해본다. 그리고 2023년부터 활동해 온 자원봉사 프로젝트 리아인(LIAYN: Love is All You Need)이 이 문제에 제시하는 AI 휴머니즘적 해법과 관련 최신 연구 사례를 함께 살펴본다.
2. 왜 지금의 격차가 더 무서운가
경제학에는 '과업 기반 접근(Task-Based Approach)'이라는 이론이 있다. MIT의 David Autor, Frank Levy, Richard Murnane이 2003년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에 발표한 이 논문의 핵심은 간단하다. 컴퓨터는 반복적이고 규칙이 정해진 일은 사람보다 잘하지만, 판단이 필요한 비반복적인 일은 오히려 사람이 더 필요하게 된다. (Autor, Levy, & Murnane, 2003 [10]). 그래서 지난 수십 년간 '반복 업무는 기계가, 판단과 문제해결은 사람'이라는 분업 구조가 자리 잡았다.
문제는 생성형 AI가 이 경계선 자체를 밀어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요약, 분석, 초안 작성, 코딩처럼 예전엔 '사람만 할 수 있는 비반복 업무'로 분류되던 일들이 이제 AI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즉 30년 전 암묵적으로 그어놓은 안전선이, 이번 세대의 기술 앞에서는 훨씬 안쪽까지 밀려 들어온 셈이다.
| 구분 / 세대 | 생성형 AI 사용률 및 도입 특성 |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변화 [11] |
|---|---|---|
| Gen Z (Z세대) | 업무상 일상 사용 42%, 경험 비율 57% (Deloitte, 2025 [12]) | 신입 및 저숙련 직원의 생산성 34% 급증 |
| Millennials (밀레니얼) | 업무상 ChatGPT 등 활용 비율 약 30% (Pew, 2025 [13]) | AI 활용 2개월차 신입이 비활용 6개월차 성과 능가 |
| Gen X & Baby Boomers | 업무 중 AI 사용률 18%, 독립형 도구 경험 20% | 고숙련 시니어 직원의 생산성 변화 미미 (경험자본 압축) |
이는 AI가 시니어의 축적된 경험을 주니어에게 압축해서 넘겨주는 통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AI 프롬프트 몇 줄로 조직 내에서 자기 존재 가치 자체가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3. 기술 격차가 정서적 단절로 번지는 이유: 은둔 청년과 노인 고독사의 동일한 뿌리
1998년 일본의 정신과 의사 사이토 다마키는 『社会的ひきこもり』(사회적 은둔: 끝나지 않는 사춘기)에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개념을 정립했다 (Saitō, 1998 [6]). 현실에서 좌절을 겪은 청소년들이 방 안에 머물면서도 온라인 접속을 통해 '지속 가능한 은둔'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Kraut(1998 [8])의 '인터넷 역설' 연구와 Selwyn(2004 [7])의 연구에서, 대면 창구가 이메일·메신저로 재편되면서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가족 관계망에서마저 밀려나는 이중고립 현상을 지적하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청년층의 은둔형 외톨이 현상과 노년층의 고독사가 사실상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이라는 동일한 구조적 문제의 생애주기별 발현이라는 사실이다.
보건복지부 자살사망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0대가 22.2명인 반면, 70대는 39.0명, 80세 이상은 59.4명으로 20대 대비 약 2.7배 높다 [1]. 한국의 80세 이상 자살률은 OECD 평균의 3.0배에 달한다 (OECD Health Data [2]). 청년기에 시작된 고립과 관계 단절이 사회적 안전망 없이 방치될 경우 생애 전반에 걸쳐 누적되어 중장년기 단절을 거쳐 노년기에는 고독사라는 최종적 고립으로 이어진다. 즉, 청년 은둔은 고립의 시작점이며, 노인 고독사는 누적된 고립의 종착점으로 볼 수 있다.
AI 디바이드 2.0 시기에서는 이 고립은 가속화된다. 전통적인 사회에서 3대가 사는 경우, 조부모 세대는 조건 없이 지지해주는 '정서적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 젊은 세대는 AI를 매개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와는 대화의 언어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공감대가 옅어지면 청년은 실패했을 때 기댈 수 있는 완충지대 없이 은둔에 빠지기 쉽다. 그와 동시에 조부모세대에서는 자신이 사회적으로 깊은 소외감 속에 빠져 고독사 위험으로 내몰리게 된다.
4. 방치가 낳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
이 문제를 단순히 개인적인 고립으로만 남겨둘 수 없는 이유는, 결국 우리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하는 실질적인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 청년 고립·은둔 비용: 한국보건사회연구원(KIHASA)과 한국경제인협회의 2026년 공동 추계에 따르면, 국내 청년 은둔·고립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최대 약 4조 8,232억 원에 달한다 (김성아·백원우, 2026 [4]). 조기 개입 비용(1인당 약 342만 원)에 비해 방치 시 손실(1인당 연간 약 983만 원)이 3배 가까이 비싸다.
- 고령층 고립 의료비 및 예방 편익: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 따르면,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된 독거·고립 노인은 일반 노인에 비해 연간 의료비 지출이 20~40% 이상 높으며, 노년층 고립감과 우울증으로 인한 건강보험 정신건강 진료비 지출만 연간 5,000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 [3, 5]. 보건복지부의 고독사 예방 실태조사에서도 고립 노인 1명을 조기에 지역사회 정서망과 연결할 때 연간 약 700만~1,000만 원의 복지·의료비 절감 편익이 발생한다 [1].
세대 간의 기술 격차와 정서적 고립을 그대로 두는 것은 사회 공동체의 유대를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비용으로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부담으로 귀결된다.
5. 리아인 프로젝트: AI 휴머니즘의 실천
현재 AI 기술은 MZ세대의 일상적인 도구로 깊이 자리 잡았으나, 대한민국 산업화를 일궈낸 70세 이상 고령층에게는 심각한 디지털 소외감을 안기며 세대 간의 사회적 단절까지 가중시키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급격한 기술의 세대 격차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기 기능 교육을 넘어 휴머니즘 관점에서 AI 기술을 활용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리아인 프로젝트의 목적은 디지털 격차로 소외된 어르신들을 위해 생성형 AI로 삶의 소중한 순간을 복원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높이는 AI 휴머니즘을 실천하고 세대 간의 사회적 연결을 회복하는 것이다. 어르신들의 아름다운 과거 모습을 복원하여 "나 역시 지금의 MZ세대와 다름없는 청춘을 보냈다"는 자부심과 삶의 활력을 가져다주고, 정서적 치유와 기억의 재생, 그리고 세대 간 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한다. 더 나아가서는 검증된 결과를 통해, 지역사회 내에 지속 가능한 디지털 포용 복지망을 구축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프로젝트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 목표이다.
리아인의 3단계 실천 모델
- 생성형 AI 기반 추억 콘텐츠 생성 (Digital Restoration): 70세 이상 어르신들의 현재 모습과 AI로 생성한 과거 모습을 복원해, MZ세대가 흥미를 느끼고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숏폼 및 감성 스토리 콘텐츠로 가공하여 인스타그램 등 SNS에 포스팅을 진행한다.
- SNS 기반의 자발적 세대 공감 유도 (Online Empathy): 해시태그 캠페인을 통해 게시물 공감도를 높이고, 자발적인 '좋아요'와 응원 참여를 유도하고, 젊은 세대가 윗세대를 향해 갖고 있던 심리적 거리감을 허문다.
- 디지털 공감의 오프라인 전달 활동 운영 (Offline Connection & Healing): 인스타그램에 모인 MZ세대의 따뜻한 댓글들을 모아 어르신께 직접 전달함으로써, 온라인상의 공감을 실제적인 정서적 치유 및 세대 간 대화로 연결하는 활동을 진행한다.
리아인의 이러한 실천은 어르신에게는 "나도 빛나는 청춘이 있었다"는 삶의 자신감을, 청년에게는 어르신 역시 자신들과 다름없는 시간을 거쳐온 선배임을 체감하게 함으로써 기술이 만든 틈을 따뜻하게 메우는 기틀이 된다.
6. 유사 연구 사례: 시간적 자아 상호작용과 AI의 활용
2023년부터 현장에서 실천해 온 리아인의 활동은, 기술을 통해 시간적 축을 넘나들며 자아를 시각화하고 상호작용하게 만드는 최근의 연구 흐름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대표적으로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분야의 최신 연구인 전하연 외(Jeon et al., 2025 [20])의 "Letters from Future Self" 연구를 들 수 있다. 이 연구는 청년들의 진로 탐색을 돕기 위해 거대 언어 모델(LLM) 기반의 '미래 자아 에이전트(Future-Self Agent)'와 편지나 채팅을 주고받게 한 실험이다. 연구 결과, AI를 매개로 시간적 시차를 둔 자신(미래 자아)과 상호작용하는 경험이 참가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자아 연속성(Self-Continuity) 및 심리적 회복탄력성(스트레스 감소)을 유의미하게 강화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연구가 청년층의 '미래 자아'에 초점을 맞춰 진로 불안을 완화하는 개인 내적 상호작용을 다루었다면, 2023년부터 시작된 리아인은 이를 어르신의 '과거 자아'로 방향을 두고 한 단계 더 확장한 형태라 볼 수 있다.
즉, AI를 활용해 과거의 아름다웠던 청춘을 복원함으로써 어르신 스스로 자존감과 자기 가치감을 되찾게 만드는 동시에(회상 치료 효과), 이 복원된 이미지를 MZ세대에 노출하여 "저분들도 우리와 똑같은 20대를 거쳤다"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외집단 인간화 효과 [16]). AI 기술이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시간의 장벽을 허물고 세대 간 정서적 유대를 만드는 매개체로 쓰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유사 사례이자 실천적 모델이다.
7. 변화의 측정 — 인스타그램 지표를 넘어선 구조적 검증
리아인 프로젝트의 효과성을 학술적·정책적으로 명확히 증명하기 위해 단순 '좋아요'나 댓글 수 이상의 체계적인 측정 도구를 도입할 수 있다.
- 댓글 내용의 질적 감성 분석: 댓글 수를 세는 것을 넘어, (1) 정서적 공감/연결감("우리 할머니 생각나요", "너무 멋지십니다"), (2) 단순 신기함, (3) 기타 반응으로 카테고리화하고 감성 분석(Sentiment Analysis)을 적용해 공감 키워드의 비율 변화를 추적한다.
- IOS 척도(Inclusion of Other in the Self Scale)를 통한 심리적 거리 측정: Aron 외(1992 [17])가 개발한 IOS 척도(겹쳐진 원 그림으로 심리적 가깝기를 재는 척도)나 연령주의 척도(Fraboni Ageism Scale [18]) 문항을 활용하여, 리아인 콘텐츠 노출 전후 MZ세대가 고령층에 대해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과 연령 편견의 변화를 사전/사후 설문으로 측정한다.
- 행동 전환율 추적: 단순 클릭을 넘어, 콘텐츠 소비 후 어르신 응원 메시지 작성, 오프라인 전달 봉사활동 신청, 세대교류 프로그램 유입 등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전환율(Conversion Rate)을 지표화한다.
- A/B 대조군 비교: 동일 어르신의 현재 사진과 AI로 복원된 리아인 사진에 대한 반응을 비교함으로써, AI 과거 복원이라는 처리 자체가 자발적 공감 반응을 유발하는 순수한 효과임을 입증한다.
8. 정리하며: 기술을 너머 인간으로
1995년의 디지털 디바이드 1.0이 은둔과 고립의 씨앗을 뿌렸다면, 현재의 AI 디바이드 2.0은 노동의 가치와 세대 간 정서적 유대를 동시에 흔들고 있다. 이 균열의 청구서는 이미 무거운 사회적 부담으로 날아오고 있다.
구조적·정책적 해법(역멘토링, AI 리터러시, 고립 예방 재정)과 더불어, 세대 간의 '다름'을 '시간차의 연속성'으로 바꾸는 감성적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
2023년부터 시작된 리아인 프로젝트는 어르신들의 잃어버린 존엄성을 AI로 복원하고, 이를 매개로 청년 세대의 자발적 응원을 이끌어내어 다시 어르신들의 정서적 치유로 환원시키는 선순환을 만들어왔다. 유사한 최신 연구들이 보여주듯, AI 기술은 시간의 장벽을 낮추고 세대 간 마음을 잇는 따뜻한 도구가 될 수 있다.
'Love is All You Need'라는 이름처럼, 고도로 발달한 AI 시대에 세대 간의 서늘한 틈을 메우는 궁극의 해답은 결국 서로를 향한 존중과 휴머니즘이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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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아, 백원우. (2026). 《청년 은둔화의 결정요인 및 사회경제적 비용 추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KIHASA)·한국경제인협회 공동연구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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